탈모가 시작되면 어디에서 어떤 치료 혹은 관리를 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탈모가 유전적 기질과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는 병원에서 가능한 데도 여기저기서 탈모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두피관리센터, 미용실, 샴푸회사 등이 저마다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탈모 관련 시장규모가 4조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물론 이런 곳들이 전혀 탈모치료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곳을 선택하게 되면 결국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탈모치료에 대해 불신을 키우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검은콩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다 탈모에 좋다고 알고 있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어쩌면 이 검은콩이 탈모치료의 기회를 박탈하는 가장 큰 적일지도 모른다.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검은콩을 먹고 머리털이 자랐다는 글이 의외로 많다. 과연 검은콩으로 발모가 가능한 일인가? 물론 검은콩이 발모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는 검은콩에 모발구성 성분인 단백질이 풍부하고 모발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성분이 어느 정도의 유효농도로 들어 있는가다.

아마 치료적인 의미가 있을 정도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검은콩을 몇 가마는 먹어야 하지 않을까? 또 그렇게 해도 섭취한 검은콩의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중 모발에 도달하는 양은 몇 만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민간요법에만 의존한 치료법으로 탈모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밥 잘 먹고 골고루 영양 섭취도 하면서 감기약도 따로 먹는다. 탈모치료에 있어서도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와 더불어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감기약을 따로 먹는 이치와 똑같다.

치료제라 함은 특정유효 성분을 특정 농도 이상으로 함유, 특정 질환에 일정 기간에 걸쳐서 개선 효과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탈모의 유일한 경구용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의 경우는 1일 1회에 유효 성분인 피나스테리드를 1㎎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복용량을 지켰을 경우 탈모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것은 이미 비교임상실험을 통해 증명돼 있다.

 
검은콩은 제아무리 좋더라도 음식일 뿐이다. 검은콩뿐만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음식은 당연히 모발성장에 도움은 되지만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만약 이런 검은콩과 같은 음식에만 의존해서 탈모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국 검은콩은 제대로 된 탈모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거꾸로 탈모치료의 적이 될 수 있다. 음식은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기본일 뿐이며, 치료는 병원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