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탈모샴푸가 머리를 나게 할 수 있을까?

병원용 탈모솔루션 제품을 처음 개발하고 난 후 바로 탈모샴푸 개발을 시작했는데, 제품 컨셉을 잡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처음에는 병원용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니만큼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탈모샴푸들보다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로 탈모에 좋은 유효성분들과 마일드한 저자극 계면활성제를 기본으로 제품설계를 시작했는데 하면할수록 “샴푸를 하는 고작 몇 분 동안 과연 탈모유효성분이 모낭 속으로 들어갈까? 그냥 다 거품과 함께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원론적인 질문에 부딪혔다.

샴푸는 기본적으로 세정제이다. 샴푸를 구성하는 전체 구성성분 중 40% 가량이 세정성분인 계면활성제이고, 기본적인 역할이 두피와 모발의 찌든 때와 피지 그리고 각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즉 벗겨내는 일을 한다. 그런데 과연 벗겨내는 역할과 집어 넣는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쓰는 샴푸가 크게 히트친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처음에는 그 편리함으로 인해 큰 히트를 쳤지만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세정과 코팅이라는 반대기능을 하나로 실현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문득 이런 상상이 들었다. 계면활성제가 린스 성분한테 “린스야, 내가 세정하고 있을 동안 넌 잠깐 기다려”라고 하고 세정이 끝난 다음에 린스 성분이 모발에 보호막을 코팅하는 일이 어불성설이듯이 계면활성제가 유효 성분한테 “유효성분아, 내가 세정하고 있을 동안 넌 잠깐 기다려, 내가 세정 끝내고 나면 그 때 모낭 속으로 들어가라”라고 하는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면 탈모샴푸란 정말 무의미한 것일까? 아니었다. 두피 환경이 악화되는 것 자체가 탈모를 촉진하기 때문에, 샴푸가 두피 환경을 개선함으로서 탈모 개선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과 샴푸라는 것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생각한다면, 샴푸 하나만으로 탈모가 해결된다는 “탈모샴푸”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너무 과도한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탈모샴푸는 탈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옵션 중의 보조적인 요소일 뿐이다. 탈모는 질환이기 때문에 탈모 치료의 기본은 탈모전문병원에서의 의학적 치료라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